여성 직장인 출산 건수 대비 유·사산 비율은 평균 3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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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주영 의원(더불어민주당, 김포시갑) |
[코리아 이슈저널=홍종수 기자] 임신 중인 노동자가 과다한 업무와 고온 작업 등 열악한 업무환경에 노출되면서 자녀의 건강까지 손상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3년간 인정된 건강손상 자녀 산재(태아 산재)는 모두 7건으로 노동자와 태아를 보호할 작업환경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김주영 의원(더불어민주당, 김포시갑)이 19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은 '최근 5년 태아 및 유·사산 등 산재 현황'에 따르면, 2023년부터 올해 7월까지 공단이 처리한 건강손상 자녀의 최초 요양 신청은 12건으로, 이 가운데 7건이 승인됐다. 연도별 승인 건수는 2023년 1건, 2024년 3건, 2025년 2건, 올해 7월까지 1건이다. 위 통계는 최초 요양신청서 1회차 처리 기준이며, 사고나 출퇴근 재해 없이 모두 질병 사례다.
건강손상 자녀 산재(이하 ‘태아 산재’)는 임신한 노동자가 일터에서 유해 인자에 노출돼 아기가 선천적 질병을 앓고 태어날 경우, 국가가 산재로 인정하고 지원하는 제도다. 2020년 4월 대법원이 제주의료원 간호사 자녀들의 선천성 심장질환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면서 2022년 1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주된 승인 질환을 살펴보면, 2023년 무뇌이랑증, 2024년 면역글로불린A 신증(IgA 신증)과 선천성 무신장증·거대결장증이 인정됐다. 지난해에는 출생 당시 체중이 각각 1750~1999그램(g), 1000~1249g인 저체중 출산아 사례가, 올해는 신생아 호흡곤란증후군 사례가 태아 산재로 승인됐다.
특히 태아 산재를 인정받은 노동자 모두 임신기 중 과도한 업무량과 열악한 업무환경에 노출됐다고 호소했다.
실제 광고·마케팅 업체에서 근무하던 A씨는 전시장 리뉴얼 과정에서 운영기획 업무와 서비스 매니저 역할을 동시에 맡으며 업무부담이 커졌다. 이후 조기 진통으로 입원한 A씨는 2024년 12월 임신 34주 만에 아이를 출산했는데, 아이는 신생아 호흡곤란증후군과 패혈증, 뇌실 내 출혈 등을 진단받았다.
35도의 무더위 속에서 일하던 B씨도 태아 산재로 인정됐다. 2023년 7월 19일 에어컨이 고장 난 작업장에서 업무를 마친 B씨는 갑작스레 양수가 터졌고, 다음 날 임신 33주에 몸무게 1.79㎏의 아이를 낳았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고온 환경에서 일한 사실 등을 종합해 저체중과 신생아 호흡부전 등 6개 상병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했다.
불승인 사례로는 차지증후군(눈·심장·귀 등 여러 기관에 선천적 이상이 생기는 희귀 유전 질환)과 자폐증 등 5건이 집계됐다. 불승인이 모두 의학적 판단에 따른 건 아니었다. 남성 노동자가 신청한 사례의 경우 현행법이 임신 중인 여성 노동자의 업무상 노출만 인정한다는 이유로 불승인됐다.
한편, 2022년부터 올해까지 처리된 유산·사산·조산 산재는 12건 중 10건이 승인됐다. 주로 계류유산, 조기분만, 자궁내 태아사망 등으로, 이 역시 과도한 업무 압박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스트레스 속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4월 난임 치료를 위한 병가 사용과 관련해 회사 감사를 받은 뒤 계류유산을 겪은 노동자가 산재를 인정받았다. 지난 3월에는 화학물질 노출 가능성과 업무상 스트레스 등을 겪은 바이오업체 연구원이 2022년 12월에는 상사의 폭언 등 괴롭힘을 겪은 콜센터 노동자가 각각 계류유산, 자궁내 태아사망으로 인정됐다.
한편, 여성 직장가입자의 유산·사산 건수는 지난해 약 6만 건에 달했다. 김주영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직장가입자의 유산·사산은 5만 9,878건으로 출산 건수(19만 2,243건) 대비 31.1%에 해당했다. 해당 비율은 2022년 30.4%, 2023년 30.9%, 2024년 31.3%로 최근 4년간 30%대를 유지했다. 다만 이는 전체 임신 대비 유산·사산 발생률이 아닌 출산 건수와 비교한 비율이다.
노동계는 유산 사실이 직장에 알려지는 부담과 업무관련성 입증의 어려움, 회사의 자료 제출 비협조 등이 산재 신청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 이현재 선임차장은 “태아산재법이 어렵게 시행됐지만, 문턱이 높다보니 산재를 신청하기까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전하며 “현행법상 인정되는 유해인자의 범위가 제한적인 만큼 이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주영 의원 역시 “일터의 위험으로 자녀가 건강손상을 입었다면 이를 개인이나 가정의 책임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라며 “국가가 사회보험 체계 안에서 자녀를 보호하려는 태아 산재 제도의 취지에 맞게 인정 기준과 보상 범위를 확대하고, 임신 노동자의 작업환경 관리와 보호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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