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경기지사의 ‘재정 빨대’ 발언 논란…말의 무게와 소방 안전의 책임

코리아 이슈저널 / 기사승인 : 2026-10-19 17:4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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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재정 부담 둘러싼 발언, 순직 소방관 조문 과정의 사과 태도까지 논란 확산
소방공무원 처우와 재정 지원 개선 시급…말보다 실질적인 안전대책이 우선
▲코리아 이슈저널 발행인 

참어른 실천연합

최계식

[코리아 이슈저널 = 코리아 이슈저널] 말에는 힘이 있다. 특히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공직자의 발언은 개인의 생각을 넘어 행정의 가치와 국민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잣대가 된다. 아무리 정책적 문제를 설명하기 위한 발언이라 하더라도 표현이 부적절하면 본래 취지와 달리 전달될 수 있고, 국민에게 상처와 불신을 남길 수도 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지난 10월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소방재정 부담과 관련해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는 취지로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당시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이 소방 예산과 관련해 국비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지적하자, 추 지사는 경기도가 부담하는 소방 관련 재정의 어려움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는 소방공무원의 인건비와 사업비 등 상당 부분을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고 있으며, 국가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소방을 ‘재정 빨대’에 비유한 표현은 소방공무원들의 헌신과 희생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재정 부담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위험한 현장에 뛰어드는 소방공무원들의 역할과 책임을 생각한다면 보다 신중한 표현이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논란이 더욱 커진 것은 지난 10월 16일 오전 8시 38분께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 내동의 한 도정 공장 3층에서 발생한 화재다. 화재 진압 과정에서 소방공무원 김진석 소방위가 순직하고 소방대원과 공장 관계자 등 모두 8명이 중경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위험을 무릅쓰고 화재 현장에 투입되는 소방공무원들의 현실은 이번 사고를 통해 다시 한번 무겁게 다가왔다. 화재 현장은 언제든 예측하기 어려운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곳이다. 현장 대원들은 자신의 안전을 온전히 보장받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임무를 수행한다. 그들의 헌신이 당연한 의무로만 여겨져서는 안 된다.

 

추 지사는 순직한 김진석 소방위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는 과정에서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발언의 취지와 다르게 전달됐다면 유감이라는 취지의 설명과 함께 사과를 표명한 방식이 논란이 됐다. 진정성 있는 사과를 강조했더라도 유족과 소방공무원, 국민이 받아들이는 방식까지 세심하게 살폈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사과는 말하는 사람의 의도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입은 이들의 입장에서 충분한 공감과 책임을 보여줄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다만 소방재정 문제 자체는 정치적 논란과 별개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소방공무원은 2020년 국가직으로 전환됐지만, 인건비와 사업비 등 소방 관련 재정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구조다. 경기도는 2026년 9월 기준 소방공무원 1만1,783명의 인건비만 해도 막대한 재정이 투입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소방안전교부세 등 국비 지원 비중이 낮다는 경기도의 주장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재정 분담 체계를 점검해야 할 과제를 보여준다.

 

재정 부담이 크다면 그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 소방공무원의 인력 확보와 처우 개선, 노후 장비 교체, 구조·진압 장비 확충, 위험 현장 대응체계 개선은 단순히 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문제로만 볼 수 없다. 전국 어디에서든 국민이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안정적인 재정 지원과 지방정부의 책임 있는 예산 운용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화재 예방도 빼놓을 수 없다. 위험물질을 허가 없이 사용하거나 안전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관계기관이 사전에 점검하고, 위반 사항을 발견하면 법과 원칙에 따라 조치해야 한다. 사업장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화재 발생 시 신속한 대피와 초기 대응이 가능하도록 훈련을 반복할 필요가 있다. 사고가 발생한 뒤 책임을 따지는 데 그치지 않고, 위험 요인을 미리 찾아 제거하는 예방 행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소방공무원들이 현장에서 마주하는 위험을 면밀히 파악하고, 보호장비와 구조장비의 지급·관리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현장 대원들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고, 인력과 장비가 부족한 분야를 찾아 실질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소방공무원의 안전은 곧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소방공무원의 순직은 한 개인의 희생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위험한 현장에서 국민을 지키는 이들이 더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사회 전체가 책임을 나눠야 한다는 엄중한 경고다. 정치권 역시 재정 문제를 논의할 때 현장의 헌신을 존중하는 언어를 사용하고, 논란이 발생했을 때는 책임 있는 설명과 진정성 있는 소통으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말 한마디가 모든 사고의 원인이 될 수는 없다. 이번 화재와 앞선 발언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말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공직자의 언어가 지녀야 할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헌신하는 소방공무원들에게 필요한 것은 존중의 말과 실질적인 지원이다. 재정 부담을 둘러싼 논쟁은 합리적인 정책으로 풀고, 현장의 위험은 예방과 장비, 인력 확충으로 줄여야 한다. 정치적 공방을 넘어 소방공무원의 안전과 국민의 생명을 우선하는 책임 있는 행정이 요구된다.

 

말은 사람을 위로할 수도, 상처를 줄 수도 있다. 공직자의 말에는 그만큼 큰 책임이 따른다. 서로를 존중하는 언어가 일상이 되고, 소방공무원들의 헌신이 충분한 지원과 존경으로 이어지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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